이화전자음악스튜디오 EEAMS
(Ewha Electro-Acoustic Music Studio)
미디어아트 워크숍 | Media Art Workshop 2024.01. - 2024.07.
오프닝 퍼포먼스 | Opening Performance 2024.08.03 전시 | Exhibition 2024.08.04 – 08.09
한때 치열하게 살아갔던 공간에는 미처 해소하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있다. 한때 머물렀던 장소와 시간에는 아직 다 마무리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개인적이고 독립적, 개별적 시공간에 대한 은유로서의 ‘집’. 내가 살아내고 감당해야만 했던 장소로서의 ‘집’. 지극히 사적인 시공간으로부터 출발한 구체적 경험에 대한 고백은
‘소실공간’ 현장에서 공적 발화가 되고, 어느새 굳게 닫힌 문이 열리며 관객은 이들의 집에 초대받는다.
‘소실’공간이라는 이름의 다층적 의미(소리 실험/紹室/消失)에 맞춰 8명의 작업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달된다. 사운드로, 색채로, 영상으로, 목소리로, 사진으로, 활자로, 오브제로, 퍼포먼스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감상자의 오감을 자극하고, 관객은 작가 개개인의 서로 다른 경험을 몸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떠나와야만 했던 한 시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상실의 감각, 그리고 이를 통해 깨달은 반복되는 삶에 대해 담담하게 고백하고(전인화, 〈∞〉), 누군가는 불/안정한 감각에 대한 고민과 이를 바탕으로 순환하며 계속 이어지는 삶의 원형에 대해 사운드를 통해 청중과 만난다(조은해, 〈원(ONE, CIRCLE)〉). 어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엮어내면서 ‘작곡’이라는 과정에 대해 지닌 모순적인 양가감정을 직면하고(김현진, 〈Diary〉), 다른 누군가는 가족의 기록물을 바탕으로 미시사를 다시 세워나가면서 자신의 뿌리를 새롭게 이해하고 마음속 집을 재형상화한다(조용현, 〈마음의 집〉). 뿌리에 대한 탐구는 사운드·라이브 퍼포먼스의 결합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조희원, 〈原O_.〉), 탄생부터 현재까지 스스로에 대한 시선이 담긴 이 작품은 경계를 넘나드는 사운드를 실험한다. 또한 할머니와의 추억과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입어왔던 한복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첩되는 색채와 음색을 시도하기도 하고(예나영, 〈중첩〉), 작가의 몸에서 유리된 신체 기관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며 메타버스를 확장해나가기도 한다(권희경·조용현, 〈Digital Plant〉). 그리고 사랑했던 음악을 잠시 떠나 살다가, 다시 음악을 만들면서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경험의 고백이 담긴 진솔한 작업도 있다(이현화, 〈진달래꽃 : ·--·-······-·-···-··〉).
어쩌면 너무나 사소해서 쉽게 사라졌을지도 모를 순간을 포착하고 이름 붙인 이들의 시선은 오늘날 따뜻한 여름밤의 온도와 닮았다. 지극히 사적인 고백을 마주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환되는 과거의 기억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이들의 집은 곧 나의 집이고, 이들의 고백은 우리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냈던 과거이자 아직도 미처 떨쳐내지 못하고 끌어안은 집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다시 마주한다면, 이전과 결코 동일하지 않을 테니, 소실공간으로의 초대와 환대, 그리고 용기 있는 고백에 기꺼이 화답하기를 조심스레 기대한다.
〈Digital Plant〉는 사이버 공간 속에서 새로운 식물 종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타인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에 따라 ‘포스트휴머니즘 감수성’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우리는 바이오 아티스트 에두아르도 카츠(Eduardo Kac)가 제시한, 인간, 로봇, 유전자 변형 생명체가 공존하는 생태계인 '네트 에콜로지(Net Ecology)'의 개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현한다. 퍼포머의 신체 데이터와 3D 스캐너로 얻은 식물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계적 사운드와 함께 공진화 상태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신체와 식물이라는 이질적인 두 종이 관계를 맺으며 디지털 식물을 탄생시킨다. 이 과정을 퍼포먼스 매개로 하여, 물리적 공간에서 신체를 활용하여 연주하고, 물리적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접점에서 관객과 소통한다.
디지털 식물의 광합성을 상상하기 - 변화음 (이화여대 음악학 석사 졸)
근대 이후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해부학의 시작으로 인간의 신체는 일종의 기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몸속 장기는 일종의 기계 부품처럼 교체되고, 인간 신체는 해부대 위의 우산과 재봉틀처럼 물화되었다. 이러한 근대적 몸의 탄생과 지적 유산은 새로운 예술적 실험으로 이어진다. 돌을 던져 인간을 만들어냈던 어느 신화의 내용처럼, 작가의 신체 기관으로부터 유리된 몸의 일부는 디지털 세계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해나간다.
“네트 에콜로지(Net Ecology)란, 사이버공간의 형이상학적 성향(경향)과 물리적 세계의 현상학적인 조건을 결합(타협)시킨 것으로,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 ‘새로운 생태계’다. 광섬유가 마치 벌레처럼 땅속을 지나가고, 디지털 방식으로 코드화된 파장들이 날아가는 새들처럼 공기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생태계인 것이다.” 1)
에두아르도 카츠(Eduardo Kac, 1962~ )가 창안한 ‘네트 에콜로지’는 발전한 과학 기술을 통해 인간과 로봇, 유전자 변형 생명체가 공존하는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와 유사하게 <Digital Plant> 역시 실제 퍼포머의 몸에서 유리된 신체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에 기계적 사운드를 결합해 사이버 공간 속의 새로운 식물을 창조한다. 생태계의 가장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는 식물, 그 원초적 생명력이 기술혁신의 확고한 증거인 사이버 가상공간에서 태어날 때, 그 극단에서 기묘한 긴장이 피어난다. 그리고 퍼포머의 신체로부터 유리된 가상공간의 신체 기관은 실존하는 물질적 몸과 가상을 떠도는 몸의 경계를 허물고, 나아가 신체에 대한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식물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광합성을 할까? 두 퍼포머가 창조해나가는 생태계의 사운드와 이미지를 감상하며 잠시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기획 및 워크숍 진행 | Planning & Workshop Direction: 루씨초 | Lucy Cho 참여작가 | Artists: 루씨초, 조은해, 이현화, 김현진, 예나영, 전인화, 조희원, 권희경 | Lucy Cho, Eunhae Cho, Hyunhwa Lee, Hyunjin Kim, Nayoung Ye, Inhwa Jeon, Heewon Cho, Heekyung Kwon 워크숍 참여자 | Workshop Participants: 조희원, 조서연, 예나영, 김현진, 전인화 | Heewon Cho, Seoyeon Cho, Nayoung Ye, Hyunjin Kim, Inhwa Jeon
전시 서문 | Text: 변화음 | Byeon Hwa Eum 홍보 글 | Promotional Text: 조희원 | Heewon Cho 행정 | Administration: 조은해, 이현화 | Eunhae Cho, Hyunhwa Lee
인터뷰 촬영 · 편집 | Interview Filming & Editing: 김현진, 조은해 | Hyunjin Kim, Eunhae Cho 공연 사진 촬영 | Performance Photography: 조서연 | Seoyeon Cho 공연 영상 촬영 | Performance Video Recording: 이현화, 조은해 | Hyunhwa Lee, Eunhae Cho 사진 | Photography: 루씨초 | Lucy Cho
영화 스터디 특강 진행 | Film Study Lecture: 조은식 | Eunsik Cho 자문 | Advisory: 윤승현, 김은하 | Seunghyun Yun, Eunha Kim 후원 | Supported by: 이화여자대학교 작곡과, EEAMS | Department of Composition, Ewha Womans University
[Digital Plant]
기획 | Planning by: 루씨초, 고은지 | Lucy Cho, Eunji Ko 비주얼 디자인 | Visual Design: 루씨초 | Lucy Cho 사운드 디자인 | Sound Design: 권희경 | Heekyung Kwon
디지털 플랜트 DIGITAL PLANT
2024, Live Audiovisual Performance with Lights
Ewha Computer Music Concert & Exhibition 2024 《Soundscape》